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만드는 당시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아홉 살 소녀 로즈. 로즈가 처음 그 능력을 느끼게 된 것이 엄마가 만들어 준 레몬 케이크를 먹은 이후다. 로즈는 그 능력 때문에 음식 먹기를 힘들어 한다. 특히 로즈가 가장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곳이 바로 집이며, 그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엄마다. 엄마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엄마가 보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을 가지고 산다는 것에 놀란다.
로즈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끼면서 어린 나이의 소녀가 느끼기에는 감당하기 힘들어 입을 잡아 뜯고, 음식을 거부한다(인스턴트 음식만 먹는다). 그러나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슬픔을 위로해주기 위해 애를 쓰게 되는데, 문제는 가족들의 슬픔이나 고통, 괴로움을 어린 로즈가 위로해주기는 너무 어렵다는 것. 그래서 로즈는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아무런 위로도 되어주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며 자신의 능력을 통해 알아낸 식구들의 비밀을 혼자서만 간직하기로 한다.
이 책은 꽤 두꺼운, 392페이지의 분량이나 될 정도로 내용이 많다.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고, 재미있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나는 지루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페이지를 넘겨서 로즈가, 아니면 엄마가, 가족이 어떤 식으로 되는지 그 결말이 궁금했다.
내가 이 책을 의무감으로 읽기 시작한 지점은 바로 엄마가 행복하지 않아 하는 그 감정을 로즈가 알게 된 이후, 엄마의 불륜까지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머 거의 처음부터 그런 감정으로 읽었다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엄마가 이해되지 않아서인 것이 가장 컸다.
겉으로는 전혀 문제 없어 보이는 가정도 사실 그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집의 문제는 내가 느끼기에(어쩌면 내가 제대로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이기주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물론 가족 내 말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 다정다감하지 않고, 말수도 적은 아빠, 역시 다정다감하지는 않은 오빠.
이런 가족들 때문에 로즈가 힘들어 하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런 식의 표현은 나오지 않으니까. 그리고 엄마가 외롭고 괴로워하는 감정에 대한 이유도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말이 적은 가족들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한다고? 헐~이다. 이 엄마의 문제는 무엇일까, 싶은 생각과 함께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
자신의 삶에 무료함을 느꼈는지, 지루함을 느꼈는지, 무력감을 느꼈는지, 아무튼 외로워하던 엄마는 목공일을 하게 되고 거기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 진짜 어이 없다. 이기적인 데다가 애정결핍일까?
어쩌면 내가 일방적인 시선으로 책을 삐딱하게 보아서, 이런 식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엄마의 그런 행동(물론 로즈가 느끼는 음식 맛을 통해서만 볼 수 있지만)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으니 책 전체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굉장히 이기적인 책 읽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차라리 로즈가 자신의 능력으로(오빠도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엄마의 감정에 더욱 다가가서 불륜이나 헤어짐 등의 극단적인 단계가 오지 않도록 만드는 게 좋지 않았을까? 로즈의 저런 능력과 오빠의 이상한 능력도 어차피 판타지적인 요소라면 그것을 좀더 이끌어내는 스토리였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 것.
현실 기반에 그런 판타지 요소가 드러나는 내용이 무엇을 말하기 위함일까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극적인 긴장감도 없고, 엄마는 나쁜 년이고, 오빠는 왜 갑자기 그런 능력을 가졌고(이건 정말 이해가 안 되더라. 그냥 그런 능력을 가졌으니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의 느낌이랄까?), 아빠는 자신의 감정을 너무 드러내지 않아서 답답하면서 짠하고.
그래서 결국 로즈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따지면 이 책의 주인공은 로즈이고, 로즈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기에 엄마의 불륜이나 오빠의 능력과 같은 부분은 로즈가 성장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소다. 그런 로즈의 능력이 로즈의 성장기에 미친 영향은 요리사가 되기로 한 것 외에, 엄마나 오빠를, 아빠를 이해하는 것으로 작용하여 크게 삐뚫어지지 않고 자라게 한 것? 그것 뿐인 듯.
남의 감정을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서 이해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살인자도 그만의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로즈가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게 무엇일까?
책을 읽고 후회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특히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사는 편이라 더욱 더 내가 산 책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가 없는 편인데, 이 책은 나에게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할만큼 마음에 들지 않은 책이었다.
물론 당연히 나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다른 내용이 전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_-;; 지극히 이기적인 책 읽기다. 게다가 부모가 이혼하는 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고, 엄마가 불륜을 통해서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살고 싶다는 데, 그게 엄마의 행복이라면 머 어떻게 할 수도 없겠지만. 나는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가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 같아서.
정말 소통이 필요한 사람은 엄마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없는 아빠를 단지 바라보고 혼자서만 외로워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그런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다니던 곳에서 홀라당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무책임함은 없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불륜이라니. 솔직히 난 정말 그 엄마를 용서할 수가 없다.
굉장히 판타지적인 요소(이해할 수 없는 재능은 있지만 그것이 히어로물의 히어로들과 같은 그런 능력은 아니다. 굉장히 소소한 듯 하지만 상대의 감정을 알 수 있는 그런 요소들)가 깔려 있지만, 또 굉장히 현실적이며 담담한 필체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내 개인적으로는 적극 추천은 어렵지만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은 각자 다르니까.
제목
케이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