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도 엘러리 퀸의 소설은 이 "Z의 비극"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것도 알파벳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Z의 비극"으로 말이다. 물론 엘러리 퀸의 소설이 이 "Z의 비극"이 마지막은 아니었겠지만.
"Z의 비극"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알파벳의 맨 마지막이기도 하고, 바로 앞에 있는 알파벳 X, Y로 이어지는 비극 시리즈의 마지막이기도 하다.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이은 "Z의 비극".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건을 해결하는 등장인물들이 같은데, "Z의 비극"은 X와 Y의 비극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당시 등장인물의 딸이 이야기의 화자로 등장한다. X와 Y의 비극 화자가 뒤로 밀리고, 딸이 갑자기 등장하여 화자가 된 것. 물론 앞의 두 작품처럼 그 딸이 사건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작품 안에서는 10년 후로 시간이 타임워프 되었지만, 실제 작품의 등장 시기는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비극 시리즈의 실제적인 사건 해결사인 드루리 레인이라는 탐정이(실제 탐정이란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명배우로 은퇴 후에 범죄 사건의 자문을 하게 된 것이 유명해진 것) 화자는 아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이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비극 시리즈 3편과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으로 드루리 레인은 활약을 펼친 후에 더이상 엘러리 퀸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앞에서 "Z의 비극" 화자가 주요 등장인물의 딸이라고 했는데, 바로 섬 경감의 딸인 페이션스다. 이 페이션스의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 되는 것이 "Z의 비극"과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이다. "Z의 비극"으로 서로 알게 된 페이션스와 드루리 레인은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에서도 함께 활약한다. 물론 행동하는 것은 페이션스와 섬 경감, 모든 것을 듣고 최종적으로 추리하고 밝혀내는 것은 드루리 레인이지만.
우야둥둥, 엘러리 퀸은 바로 사촌 지간인 만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다네이가 공동으로 만든 필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필명을 그대로 딴 엘러리 퀸이라는 탐정을 등장시킨 추리 소설을 썼다는 것. 엘러리 퀸 외의 탐정도 등장하는 작품도 있지만(비극 시리즈 같은), 엘러리 퀸의 작품을 셜록 홈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탐정이 엘러리 퀸이라 할 수 있다.
추리 소설 좀 읽는다는 내가 엘러리 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문제. ㅋㅋㅋㅋ 아무튼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비극 시리즈 중 "Z의 비극"을 먼저 읽은데다 그 화자가 여자여서 솔직히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엘러리 퀸이 남자임을 알고 그 선입견으로 화자가 여자인 것에 신경 쓰며 봤기 때문인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화법을 알기 때문인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잘난 척 하는 화자가 싫었는지, 정확히 어떤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은 괜찮았으나 여자 화자는 별로였다. 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엘러리 퀸의 소설은 다 읽은 후, 엥?하게 만든다. 난 분명 집중하며 읽었어!!라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면 이럴수가~! 난 바보? 좌절 모드다.
탐정이 하나하나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범인을 밝혀내는데, 그 과정이 책 내용 전개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에 없는 것을 추리하진 않는다. 그러니 다 읽고 난 후, 나의 무식과 전혀 분석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못한 것에 바보라고 느끼는 것. ㅋㅋㅋ
각설하고, "Z의 비극"은 경감에서 은퇴하고 탐정 사무실을 운영하는 섬 경감과 해외에서 공부하다(여행하다~) 돌아온 딸 페이션스가 함께 어떤 사건을 접하면서 진행된다. 섬 경감과 페이션스는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범인이 아님을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알지만 그 증거를 밝혀낼 수가 없다. 그러다 드루리 레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함께 그의 무죄를 밝혀내려 하지만 또 다른 살인까지 뒤집어 쓴 그 사람을 빼낼 방도가 없어 무력감만 느낄 뿐이다.
이런 과정들이 너무 길고 지루하게 화자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내용들이 진행된 것. 그렇다보니까 집중력이 책의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진행되어서 걔가 범인이야?라고 놀란 나의 여전한 무식에 부끄럽지만...
엘러리 퀸이 남자들이어서 나는 여자야~라는 것을 너무 드러내고자 해서였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작품, 아니 같은 비극 시리즈를 비교해도 이 "Z의 비극"은 화자가 영~~ 별로다.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사설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할까? 빠른 전개로 후다다닥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안 그래도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전개가 빠르지 않았는데 화자가 쓸데없는 말이 많으니~ 영 좀 그랬다.
그래서인지 같은 화자로 진행된다는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은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들긴 했다. 그리고 솔직히 드루리 레인보다는 엘러리 퀸이 탐정으로 나오는 작품들이 더 끌린다. 같은 스타일로 전개되는 방식은 같지만(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앞에 나온 얘기들을 종합하여 범인을 밝혀내는 방식) 희한하게 그렇다.
비극 시리즈 중 Y의 비극은 아직 못 읽었는데, 그 작품이 "세계 3대 미스터리"로 불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Z의 비극은 범인을 밝혀내긴 했으나,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정말 영화의 극적인 장면처럼 안타깝게.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도 극적으로 연출되더니...
제목
엘러리 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