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만화가 있다. 사실 제목과 그림체가 별로 끌리지 않은데다가 권수도 20권이나 되어서 볼까 말까 망설여진 만화다.
뭘 보고 싶은데, 무거운 것은 보기 싫고, 뭔가 간단하고 시간 죽이기(?) 위해 무엇인가를 보고 싶은 그런 무료한 때가 있다. 그런 때 마침 생각났던 원한해결사무소. 보다 영 아니면 그만두면 되지, 라는 정말 가벼운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헐~ 그런데 첫 회부터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어느샌가 집중해서 보고 있는 나. ㅋㅋㅋㅋㅋ 물론 내용이 정말 너무나 진지하고 무겁진 않다. 아니, 정정. 분명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은 맞으나 내가 그것을 곱씹어 가면서 계속 생각하도록 하는 만화는 아닌 것. 킬링 타임용이었지만, 나름의 교훈-복수는 두 사람을 죽인다. 복수하려는 대상과 자신. 자기 자신마저 파괴하는 것이 복수-도 얻게 되는 등 생각보다 괜찮은 만화였다.
yes24에서 이미지 발췌. 그림 스탈은 영 내스탈 아니야아~~
확실히 잔인한 면이 없지 않지만, 살면서 나 역시 이런 곳에 의뢰할 일이 안 생기는 일이 생겨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원한해결사무소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원한들을 주인공(원한을 해결해주는 여자. 이름이 우라미야)에게 해결해달라고 한다. 그 각각의 내용들 중, 자기 옆집의 여자가 자기보다 싸게 집을 사서 들어와 남편과 알콩달콩 사는게 꼴보기 싫어서 해코지를 하는 여자가 나온다. 물론 당하는 여자는 원한해결사무소의 명함을 보고(명함이 여기저기 널려있나 봄. 늘 명함 보고 연락한다고 함. ㅋㅋㅋ) 자신의 원한을 해결해달라고 하고, 그 나쁜 성격의 여잔 결국 자기가 한 일이 들통나 이사를 가게 된다. 그 원한 해결의 방법이 참 대단하다. -0-
머 이런 경우는 사실 원한해결사무소의 여러 에피소드들 중 가장 덜 잔인하고 약한 내용을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쉽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잘 해도 누군가의 뒤틀린 마음이 날 괴롭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더욱 내용에 공감이 가서 지루한 줄 모르고 20권을 뚝딱 본 것 같다.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있어서 술렁술렁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장점도 한몫했고. 또 에피소드들의 강약이 적당히 조절되어 있어서 보기 편했던 점도 있었다. 너무 잔인하고 강한 내용(보험으로 자기 부인 셋을 죽인 사람을 사회적으로 말살 시켜달라는 의뢰를 받은 주인공이 자살하려는 사람을 이용해서 의뢰를 해결한 것도 있다!)으로만 쭉 이어지는 게 아니라, 강한 내용이 몇 개 나오면 위에서 말한 약한 내용이 나와주어서 심리적으로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스타일인 게 보기 힘들지 않고 편했던 것.
몰랐는데, 우라미야란 말이 원한 해결사 같은 뜻이라고 한다. 우라미는 일본어로 원한이고. 일본어 바보라서~ ㅎㅎㅎㅎ
여자 주인공 우라미야는 정말 어떻게 보면 재수없고(의뢰인들이 사건을 해결해줬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잔인하고 지독하다. 하긴 그렇지 않으면 원한해결을 어떻게 해주나 싶기도 하지만, 저렇게까지 해야 원한이 해결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특히 우라미야는 돈의 액수에 따라 원한 해결의 내용이 달라진다. 적은 돈을 내게 되면 원한을 해결해주기는 하되, 해결하기까지의 괴로움을 계속 감당해야 하는 식이다.
명함을 주워서 연락을 하면, 우라미야와 특정한 장소가 아닌 노래방이든, 놀이공원이든, 공원이든 그런 대중적인 장소에서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원한을 해결해 달라고 한다. 원한해결에는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람 찾기, 두 번째는 사회적 말살, 세 번째는 실질적 살해 등의 방법 중 어떤 것을 원하냐고 하고, 가격을 제시한다. 거기서 돈좀 있고, 해결이 어려운 경우는 많은 액수를 부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적은 액수를 부른다. 그것도 내기 힘들다고 하면 앞에 언급한 것처럼 해결을 하고. 우선 싫다고는 안 하더라~ ㅋㅋㅋㅋ
늘 다른 의뢰가 들어오지만 실상 내용은 같다. 일번과 3번 중에서 택하는 거니까. 그럼에도 가격 제시는 늘 다르다. 약간 의뢰인을 생각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것도 같고. 어쨌든 주인공 여자는 굉장히 잔인하고 잔혹한 것은 맞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가 그랬다. 자기 부인을 잔인하게 죽인, 그것도 성폭행 후 잔인하게 죽인 살인범을 찾는 내용인데 이 남자는 너무 원한이 넘쳐서 자기가 찾아서 죽일 것이라며 회사도 관두고 매일 술만 퍼 마시며 원한만 쌓고 있었다. 그러다 원한해결사무소의 명함을 얻고(우연히 여자 주인공과 부딪혔는데 그녀가 그 남자 주머니에 명함을 넣었다~!) 의뢰를 한 것. 우라미야는 그 남자에게 자기들이 해결한다고, 복수를 하면 자신에게도 분명 되돌아온다고 말해주지만 남자는 결국 우라미야가 알려준 살인자를 죽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기 죽인 사람은 우라미야의 다른 의뢰 목표였다. 결국 남자는 우라미야의 각본과 연출(물론 나름의 충고를 했지만~)에 따라 결국 엉뚱한 사람을 죽이게 된 것. 이런 스타일로 자살하려는 사람을 이용하여 다른 의뢰를 해결하고 자살하는 사람은 그대로 자살하게 만드는 내용도 있는 등, 자신의 손을 직접 더럽히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어떻게 보면 머리가 엄청나게 비상한 사람이기도 하다.
충격적인 내용도 많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원한해결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이라는 사회의 특수성을 알게 되기도 하고,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도 등장한다. 그 해결 방식이 굉장히 쇼킹한데, 원한이 해결되어서 속이 시원한 에피소드는 몇 개 없다. 오히려 씁쓸함이 더 많이 남는다.
인기가 많았나보다. 지점까지 생기고~ ㅋㅋㅋㅋ 이건 아직 못 봤다.
그래도 사회의 다양한 원한들을 볼 수 있기도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쇼킹한 방법도 놀라면서 볼 수 있기도 해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은 만화다. 게다가 무겁고 칙칙한 내용의 해결 뿐만 아니라 정말 웃긴 해결도 있다. 의붓딸을 성폭행하는 아버지에 대한 원한을 그 아버지에게 게이로써의 눈을 뜨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ㅋㅋㅋㅋㅋ 그걸 의도했다면 주인공은 정말 천재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을만큼 인기가 있던 만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우선 내용이 잔인한 부분이 있어서 정서와 안 맞는 부분도 물론 있는 듯.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
원한해결사무소를 보려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중고로 사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목은 원한해결사무소인데 주인공의 사무실에서 의뢰인과 만나는 일은 없다. ㅋㅋㅋ 시티헌터와는 정반대. 시티헌터나 고스트 스위퍼는 거의 사무실로 의뢰인들이 찾아오는데 말이다. ㅎㅎ
어쨌든 원한 살 일 안 만들고 살아야겠다. 원한이란 것에는 자기가 첫째인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둘째에게 회사 사장 자리를 줬다고 자기가 앉아야 할 자리라고 하는 것도 있었는데, 이런 것에도 원한이 생기는 것에 정말 헛웃음이 나왔다.
제목
원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