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복면가왕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음악대장이라는 이름의 가수가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불렀다.
진짜 놀랐다. '영혼기병 라젠카'라는 애니메이션의 OST가 바로 그가 부른 'Lazenca, Save Us'였기 때문이었고, 이 OST를 부른 가수가 넥스트 신해철이었기 때문이었다. 애니메이션이 쫄딱 망했기 때문인지 왠지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희한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탓도 있었다.
1997년에 방송된 '영혼기병 라젠카'는 13부로 만들어진 TV판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판(?)치는 TV 애니메이션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만든데다 넥스트 신해철이 OST를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굉장히 높았다. 총 제작비 26억 원으로 손오공(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이 당시만 해도 손오공은 완구회사로 엄청난 곳이었다)과 투니버스가 공동으로 투자한 이 애니는 1999년에 PC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게임으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나 역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오직 OST '라젠카 세이브 어스'뿐이다. 그 노래의 웅장함 때문에 더욱 기대를 했던 애니메이션이기도 했다.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에는 넥스트가 부른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Lazenca, Save Us'와 함께 오프닝곡으로 쓰였다. 엔딩은 '먼 훗날 언젠가'이고. 사실 넥스트의 4집 앨범 이름이 'Lazenca - A space Rock Opera'이니 앨범 자체가 애니메이션 OST로 제작한 것 같다.
'영혼기병 라젠카'는 13부작이라는 짧은 내용 때문에 인기가 없었다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정말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그 왠지 모를 애국심을 자극하는 말만 아니었어도 제대로 안 봤을 애니메이션이라고 할까?
라젠카는 황실 기사의 영혼이 깃든 기계전사들을 총칭하는 말로, 주인공은 라젠카 중 가이런이라는 특수한 라젠카다. 물론 더 정확히 말하면 이를 조종하는 조종사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머 조종사와 가이런이란 라젠카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가이런은 황실기사만이 조종할 수 있는 라젠카로, 다른 라젠카들에 비해 그 능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결국 승리하는 라젠카라고 할까? 주인공이니까~ ㅋㅋ
자, 눈치 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어엇? 일본의 어떤 애니메이션과 조금 비슷한 스타일 같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 천재~!
사실 어떤 기계를 타서 조작하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 한때 유행한 것은 맞지만, 나는 이상하게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에스카플로네'가 생각났다. 워낙 내가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어서 그 유행한 많은 애니 중에서 에스카플로네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게다가 에스카플로네에 비해서 시나리오도 허접한 것이~(물론 에스카플로네와 비슷한 것은 기계를 타서 조작한다는 것과 국가 대 국가의 싸움이라는 것 정도뿐이지만)
라젠카들의 싸움도 어설프고(처음에는 정말 우와~하면서 봤었던... ㅜㅜ), 시나리오도 어설프고... 결국 나는 라젠카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따지면 겨우 13부작뿐인 애니메이션이었는데도 종반부 몇 편을 보지 못한 것이 나름 아쉽다면 아쉬웠지만 꼭 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 것이... -_-;; 마지막이 궁금하지도 않는 것은... 누구의 문제일까?
가장 많은 아쉬움이 남는 국산(이라는 표현이 정말 이상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머, OST만 아니었다면 이런 아쉬움마저도 아주 조금 들었을지도 모르겠고~
내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이후로 국산 애니메이션은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이런 류, 로봇이 나온다거나 하는 머 그런? 류의 애니메이션은 라젠카 이후로는 기억에 없는 것이~ 머, 나 개인적으로 라젠카 이후 TV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 시기가 오기도 했지만 만약 우리나라 제작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들은 게 있다면 호기심에 찾아보기도 했을 텐데 그 후는 못 들어봤던 것 같다.
몇 년이 훌쩍 지나 얼핏 우리나라 제작 3D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기도 하지만 로봇 소재의 애니메이션도 아니었고, 그 애니메이션은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들어서 몇 편 보다 말았던 듯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이, 특히 TV판 애니메이션 시장이 다양해지고(유아용이나 애들용 말고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 나와 같이 우선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한 번은 꼭 챙겨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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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젠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