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시청률 or 누적 관객수에 따라 그 콘텐츠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 같다. 물론, 요새뿐만 아니라 늘 그래왔고,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시청률이나 누적 관객수로만 콘텐츠를 평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늘긴 했다.
그럼에도 역시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논할 때, 많이 묻는 것 중의 하나가 "시청률은 얼마나 돼? 그거 얼마나 봤어?" 등의 수치에 대한 확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느 정도 아는 콘텐츠가 아닌 경우, 콘텐츠의 질(내용이나 연출 등)보다는 "누가 나오는데?"라는 배우에 대한 궁금증과 시청률과 같은 수치에 대한 지표를 묻는 경우가 많다.
애석하게도 나 역시 그런 인간이다. 그러나 이기적이게도 내가 관심 있어 했던 콘텐츠의 경우는 시청률이나 누적 관객수가 낮아도 챙겨보곤 했으며, 특히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시청률이 낮은 것과는 상관 없이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것을 많이 접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돌아와요, 아저씨'. 올해 초에 방영 되었는데, 이제야 다 봤다. 더군다나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잡아 먹은, 같은 시간대에 방송했던 타 방송사의 드라마가 도무지 무엇인지 기억이 안 나 스스로 황당했었다. 분명 인기가 많았는데, 뭐였지?하면서 말이다. ㅋㅋㅋㅋ 음, 나중에야 기억나더라. '태양의 후예' ㅋㅋㅋㅋ 안 봐서 모름. ㅎㅎ
음, 삼천포로 빠진 얘기를 다시 원래로 끌고 와서~! '돌아와요, 아저씨'는 당시 보지 못했으나 시청률 낮다고 특히 타 드라마와 비교하며 정작 보지도 않은 시청자들에게 공격당한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은 시청률에도 이 드라마를 꾸준히 본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저평가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물론 자신이 보는 드라마에 대해서 좋게 얘기하는 게 당연하지만서도~ 그래도 나름 객관적으로 드라마를 보려 하지만... ㅋㅋㅋ
어쨌거나 일본의 유명 작가인 '아사다 지로'의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라는 작품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저승에서 우연히 만난 저승 동창생(ㅋㅋㅋㅋ 이 말 진짜 웃겼음)이 이승에서 못다한 일이 있다며, 저승 그것도 천국으로 가는 기차에서 무작정 뛰어내려 인간으로 다시 환생이라고 할 수는 없는 시한부 삶(단 두 달만 다시 인간으로 살 수 있음), 역송 체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사다 지로는 철도원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팬층이 있다. 철도원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영화 '파이란'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각색한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 엄청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라고 할까?
나는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대학생 때 '장미 도둑'밖에 안 읽어봤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와서 기억하고 있었다. 작품은 잘 몰랐다. ㅋㅋㅋㅋ 이번에 검색하면서 아, 그때 읽었던 장미 도둑의 작가?라고 혼자 무릎을 탁 친! 정작 그 작품의 내용은 기억도 안 남. -_-;;
또 삼천포에서 살포시 다시 원위치로~ 드라마의 내용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못한 채로 이승 생활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만년 과장이었던 김영수는 180도로 외모가 변신한 이해준으로 이승 체험을 하게 되고, 조직의 준보스?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한기탁은 여자 한홍난으로 이승 체험을 하게 된 것. 이해준이 된 김영수는 자신의 외모에 무척 만족하지만 한기탁은 여자로 변한 것 때문에 엄청 힘들어한다(안 그래도 엄청나게 남성스러웠던 사람이!!). 거기서 코믹이 팡팡 터진다.
엄청 웃었다. ㅋㅋㅋㅋ 보면서 왜 이 재미있는 드라마가 인기가 없었지?하면서 혼자 막 낄낄거렸다. ㅋㅋㅋ 그리고 감동까지~!! 자신을 밝히지 못한 채 전혀 다른 인물로, 아내의 곁을 맴도는 영수이자 해준의 아픔에 코끝이 찡해왔다. 한기탁 역시 마찬가지. 평생 사랑했으나 그녀와는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힘들어하는 그녀 곁에서 한기탁의 동생으로 분하며 위로하는 홍난도 그녀의, 아니 그의 그 사랑에도 눈물이 찡~~
두 달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이 아닌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 과정이 재미있고 억지스럽지 않게 연출되어서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봤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슬픔이 덜어지고, 갈등이 해결되는 것으로 봐선 또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어쨌거나 죽은 사람만 억울한 법. 남은 사람들은 대다수의 경우는 어쨌든 살아간다. -_-;
근래 감동적으로 본 드라마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돌아와요, 아저씨'라고 단박에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족의 의미와 직장인의 아픔, 순수한 사랑에 대해서까지 몽땅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두 주인공(해준이자 영수, 기탁이자 홍난)과 그들이 사랑하는 인물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시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집중해서 한 번에 쭈욱 봐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어수선함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감정선이 계속 연결되는 드라마들의 경우(우리나라 거의 모든 드라마들이 그렇겠지만)는 특히 한 회, 한 회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 흐름을 잃고 재미의 반감을 느낄 수 있다. 아, 물론 잘 만든 드라마의 경우다. 일명 막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드라마들은 집중해서 안 봐도 내용 알고, 몇 편 빼놓고 봐도 내용 알고, 결말만 봐도 내용을 안다. -,.-;
어쨌거나 저평가될 드라마는 아니었는데, 너무 아쉽다. 시청률만이 전부는 아닌데... 이런 말도 내가 봤으니 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안 본 시청률 낮은 드라마들의 경우는 나도 같은 시선(부정적인, 편견적인)으로 보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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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