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애장판 전에 나온 것으로 지금은 품절이다. e-book이나 중고로만 볼 수 있다)
내가 일본 순정 만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로 마츠모토 토모의 'KISS'다.
일본에서 1996년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2001년에 완결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98년에 1권이 처음 발간되었다. 그 후, 8권으로 완결. 처음 보자마자 반했고, 샀다. 이후 마츠모토 토모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열혈 팬이 되었으나, 8권의 장편은 지금까지도 KISS가 유일하다. 5권짜리 미녀와 야수라는 만화도 있지만, 이 작가는 짧은 단편을 선호하는 것 같다. 1권 짜리 단편이나 2권 정도. 그림체야 당근 좋고, 내용도 모두 단순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무엇이 있다. 대사가 참 좋다고 할까? 작품들 모두를 좋아하지만, 특히 KISS는 그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했던가? 이 만화는 정말 내용도 그림도 심플하다. 꽉꽉 들어찬 내용과 그림이 아니고,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이 너무 좋은 만화는 이 KISS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다. 아마 이 만화의 팬들이 참 많을 텐데, 그 팬들은 KISS에 나오는 음악들도 한 번씩은 찾아서 들어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 마찬가지. KISS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이유는 음악이 마치 귀로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인 듯하다. 그게 그림의 여백을 통해 더욱 효과를 보여주는 걸까? 노다메 칸타빌레도 많은 음악들이 나오지만, KISS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물론,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서 클래식이라는 것에 빠지기는 했지만, 그 전에 본 KISS가 그 초석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ISS를 보고 난 후, 클래식과 팝에 더 흥미를 가졌던 것.
KISS의 내용이 뭔데 자꾸 음악 얘기만 하냐고? ㅋㅋㅋ
KISS는 16세인 고등학교 1학년 오가와 카에와 카에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의 선생인 24세의 고시마 마사유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1살 때 처음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온 카에는(천방지축 소녀였다!) 학원 다니기 싫다고 도망다니다가 우연히 들은 피아노 소리와 그 피아노 소리를 내는 사람의 긴 손가락에 반해서 그때부터 자그마치 5년이나 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 손의 주인공은? ㅋㅋㅋㅋㅋ
5년이나 다니면 카에의 피아노 솜씨가 일취월장해야 하지만, 그럴 리 없다. ㅋㅋㅋ 카에는 오직 고시마 선생을 보기 위해 다니니까. 자기 마음 드러내지 않고 지내던 카에가 고시마 선생에게 키스를 하며 고백한다. 어쩌면 그 순간까지 카에는 자기의 진짜 마음, 짝사랑이라는 그런 마음을 정확하게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그 키스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챘다고 할까?
그것은 고시마 선생도 마찬가지. 실력이 늘지 않는... ㅋㅋ 학원의 한 학생일 뿐이었던 카에의 당돌한 행동을 접하고, 고시마 선생은 카에를 새삼 의식한다(내 기억은 이렇다!! 아악, 이 만화를 어렸을 적부터 얼마나 많이 봤던가. 그럼에도 왜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 다시 봐야해!! 두번 봐야 해!! ㅋㅋ). 그 짧은 키스 하나(카에의 일방적이기만 했던, 키스라고도 부르긴 뭣한... 머 어쨌든!!)로 둘의 관계는 선생과 제자에서 연인이 된다.
일본 순정 만화에는 학생과 선생의 연애 이야기가 진~~짜 많다. 그런데 이 KISS가 놀라운 것은 그 배경이 학교가 아닌, 피아노 학원이라는 것. 학생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는 달리,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짧다. 입시 학원도 아니고 피아노 학원이라면 더더욱. 게다가 매일 다니는 학원도 아니고.
그런 배경 때문에 제자와 선생의 사랑 이야기라는 패턴이 KISS에서는 새롭게 해석된다. 다른 선생과 학교 학생들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야 하는, 그것을 들키고 갈등이 유발되는, 그런 학교 안에서라면 있을 수밖에 없고 꼭 그려지는 내용들이 KISS에는 없다.
KISS에는 고시마 선생의 피아노 치는 장면과(캬!! 진짜 그럴 때마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만화에 나온 패티 오스틴의 'Say You Love Me'라는 노래를 찾아서 들은 후, 지금까지 듣고 있다. 스위트 박스의 'Everything's gonna be alright'은 물론, 작곡가 비제의 마지막 작품인 오페라 카르멘에 아노는 '하바네라' 역시!! 이외에도 많은 음악들이 나온다. 피아노 선생이라는 직업답게? 피아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고 그와 함께 피아노 연주곡들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담배 피는 장면(고시마 선생은 헤비 스모커! 처음 이 만화를 통해 남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멋있다는 걸 느꼈다. 나만이 느낀 감정은 아닐 거야~~!! 그렇지만 현실은 만화 주인공과 다르다. -_-), 카에와의 키스 장면이 주를 이룬다. 야한 만화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백의 미란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키스 장면도 깔끔하고 예쁘다. 담백하다는 느낌마저 드는데, 감미롭다. 꺅!!
카에는 어른인 고시마가 자기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불안해하고 자기는 평생가도 고사마보다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도 갖지만, 사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고시마가 카에 때문에 조금씩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다 떨린다. 카에 역시 그것을 조금씩 느끼며 점점 더 고시마 선생에게 빠진다. 고시마 선생 역시 마찬가지고.
둘의 갈등은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고등학생 때 부모를 잃고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피아노 학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고시마 선생과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부딪히는 카에 둘만의 내적인 부분들이 많다. 위에서도 말한 뻔한 외부적인 삼각관계와 같은 것들로 둘의 사이가 삐걱거리는 일은 없다.
물론 카에를 좋아하는 남자애가 나오기도 하지만, 정말 깔끔하게 끝난다. 고시마 선생에게 피아노 대결을 청하고 이긴 사람이 카에를 갖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는 남자 녀석도 나오지만, 고시마 선생에게 완전 KO패 당하고는 깔끔하게 떨어져나간다. ㅋㅋㅋㅋ
2008년에 애장판으로 나온 KISS. 총 4권으로 나왔다.
그리고 가장 큰 갈등의 요소는 카에의 삼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사람은 교묘하게 카에와 고시마 선생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한다. 앞에서 대놓고 못 만나게 하는 게 아니라, 고시마 선생이 피아노 선생으로 있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알아보고, 유명한 사람에게 고시마 선생을 소개한 것이다. 피아노 일을 줄이고, 본격적인 피아니스트로의 일을 하게 되는 고시마 선생. 너~~무 바쁘다. 그 덕분에 카에는 고시마 선생을 못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고(한 달이나 못 만나 카에가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 ㅋㅋㅋ 예전에 나온 내용이라 지금과 같이 당연히 핸드폰으로의 연락이라는 내용은 없다), 삼촌은 자기의 계획대로 잘 되어간다고 여긴다. 못 만나게 하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
그러나 행동파인 카에를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다! 카에는 고시마 선생을 만나려고 학교도 땡땡이치고 돌아다니고, 그것을 우연히 본 고시마 선생. 둘은 거리에서 포옹!! 나는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모든 장면이 다 좋지만, 고시마 선생이 카에의 옷에 붙어 있는 택을 입으로 뜯는 장면(많은 팬들이 이 부분을 좋아하더라. 나도 물론~ 좋아한다. ㅋㅋ)보다 조금 더 좋다. ㅋㅋㅋ
카에가 처음으로 어른처럼 꾸민 날.
고시마 선생이 질투를 드러내는 장면. ㅋㅋ
그렇게 너무나 오랜만에(한 달!! 지금까지 그 정도도 안 만난 적이 없었다는 게 신기... -_-;;) 만난 둘. 카에는 고시마 선생 방에서 잠까지 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팬들끼리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그냥 잠만 잔 듯하다. -_-; KISS에는 키스 외에 장면은 없다. ㅋㅋㅋ
바쁜 일도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지만,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고시마 선생은 유명한 사람의 세션으로 뉴욕에 가서 연주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카에 때문에 망설이나 결국 가게 된다. 한 달 못 만난 것으로도 힘들어한 카에가 또 울까봐,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할까봐 걱정하는 고시마 선생. 카에는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더불어 기다리지 않고, 따라간다고 말한다. 16세에 사귀기 시작하여 17세가 되었고, 반년만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카에는 졸업 후, 고시마 선생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것! 역쉬 카에야~~!!!
정말이지 여주든, 남주든 KISS는 싫은 점이 단 0.0000000000000000001%도 없다. ㅋㅋㅋㅋ 드디어 고시마 선생이 떠나는 날, 우연히 방송에서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모두 고시마 선생이 탔을 거라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한다. 카에 역시 놀랐지만, 자기를 두고 떠날 리 없다고 믿는다. 그 말 그대로 고시마 선생이 갑자기 다시 학원에 짜잔하고 등장!! 공항으로 배웅도 나오지 말라고 한 고시마 선생이 카에를 보고 떠나기 위해 원래 타려던 비행기를 안 탄 것. 이것만 봐도 둘은 천생연분?! 격하게 포옹한다.
마지막 장!! 얼굴은 안 나오지만 고시마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과 카에로 보이는 긴 머리의 여자 컷만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이야기는 끝!! 결혼을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둘은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해피엔딩을 연상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의 나레이션은 마치 인생은 길고, 지금 같이 있어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으로 나왔던 것 같다. 아니 이건 작가의 말인가? 암튼, 나는 해피엔딩이라고 굳게 믿고 조금만 더 결말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에 책을 덮곤 했다.
8권의 단행본에는 KISS의 내용 외에도 여러 다양한 단편들이 나온다. 고시마의 동생 이야기, 카에의 언니 나에의 사랑 이야기,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 오리지널 KISS의 내용만 따지면 7권 정도 될까?
애장판은 총 4권으로 8권에 수록되었던 단편이 없다. 그러나 고시마와 카에의 10년 후 모습이 나온다. 꺅!!!! 물론 많지 않다. 아주아주 짧은 페이지다. 5페이지도 안 된다. -_-;; 그것을 위해서 애장판을 살 것이냐!! 어쩔 수 없다. KISS의 팬이라면 그 4페이지를 위해서라도 살 수밖에... 게다가 그 내용이 고시마 선생이 집안 일하고 아이에게 밥해주는 가정적인 모습이라뉘!! 어이 안 볼 수가!! ㅠ_ㅠ 좀 더 내용이 있었으면 했던 그 아쉬움이 4페이지로나마 해결될 수 있으니... 아깝다고 할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좋았다. 컬러도 있고, 새롭게 마츠모토 토모의 평도 들어가 있고. 표지의 그림도 새로운 것이고...
잔잔한 내용인데, 정말 너무 좋다. 기억과 가슴에 오래 남는 만화다. 한 번 볼 때, 두 번 볼 때, 볼 때마다 달라진다. 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정말 강추다!!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