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발췌
완결 5권의 표지.
한승원의 작품은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프린세스와 그대의 연인은 빼고. 슬픈 건 싫다), 그 중 너무나 아련해서 좋은 작품은 "YOU"다.
날이 쌀쌀해져서일까? 아련한 감수성으로 문득,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이야기는 "white"라는 만화 잡지에 연재를 했었다. 그 잡지는 내 나이에는 보면 안 되는 잡지였지만(ㅋㅋㅋㅋ 어른들을 위한 만화 잡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소녀(?ㅋㅋ)가 그런 것을 가릴리가~ 웬만한 만화 잡지는 다 보았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만화 잡지가 다양했다. 소년들을 위한 잡지부터 소녀들을 위한 잡지까지. 골라보는 재미가 있던 때였다.
대여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정도였고, 화이트를 봐도(빌려도) 대여점 주인 아줌마가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엄마가~ 언니가~ 라는 핑계로. ㅋㅋㅋ 그땐 그런 게 가능했다. 어른, 성인들을 위한 잡지라고 해서 궁금증에 봤었지만 생각보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없어서 실망한 것이 "white"이기도 했다. 어린 나도 그랬으니 정말 어른들은 오죽 했을까?
그래서였을까? 다른 만화 잡지들과 달리 "white"는 가장 늦게 나온 만화 잡지였는데도(그렇게 기억한다. 이거 다음으로 또 만화 잡지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대여점 발길이 줄어들었고, 정신 차리니 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가장 빨리 사라진 만화 잡지였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 몇 작품들은 아직도 그 끝을 몰라 안타까운 것들이 있다. 사실 이제는 그마저도 어렴풋하지만...
애장판 표지
"white"에 연재한 좋은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이 "YOU"였다. "YOU"는 한승원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그 어린 나에게도 돌 같은 것을 잔잔한 호수에 던지는 기분이 들도록 한 내용이기도 했다. 어른이 된 후, 언젠가 문득 기억이 나서 찾아보기도 했었다. 어린 시절보다 더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주는 작품. 잡지에 연재할 때는 끝까지 보지 못했는데, 어른이 되어 끝까지 보니 더 마음에 사무치게 하는 그런 작품.
그러다 또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오늘 갑자기 문득 이렇게 생각나는 건 왜일까?
"YOU"의 내용은 한승원의 모든 작품들이 다 그렇듯이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2살의 대학생 "이예신"과 27살의 톱스타 "한유하" 이들이 우연히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가슴 절절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해피엔딩이다. 총 5권 내용 중 이들의 이별 이야기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별하는 와중에도 우연히라도 만나고, 만나고 싶어서 만나고...
정말 헤어지나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의 사랑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만나 함께한다.
톱스타와의 연예인이 아닌 사람과의 사랑이라서 이들의 사랑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연예계에 속한, 그것도 톱스타라는 사람과의 연애를 여자주인공이 힘들어했다거나 하는 내용이 아니라 "한유하"에게는 사랑하지는 않지만 약혼한 여자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평생 사랑할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에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와 약혼을 한 것이다.
그것을 예신이를 만나고, 지독한 사랑을 경험한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사람, 평생 가슴에 품어야 하는 사람.
이 만화는, 아니 한승원 작품이 다 그렇지만, 특히 대사가 더욱 절절하다. 나레이션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텐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독백처럼 하는 생각들이 가슴을 찌릿찌릿하게 한다.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 돌고 돌아도 결국은 너여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하여 태어났음을, 너로 인해 가슴 벅차게 느껴야 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
처음엔 하나였다가 나뉘어, 가슴 비어 살면서, 어느날 우연처럼 만나 너를 가슴에 채운 날, 우린 하나였었구나, 그리 깨닫기 위해 너를 만나기 위해 나는 세상의 반을 찾아 헤맨다.
단 하나뿐인 너를.. 그리고 이 세상 모두인 너를...
내게도 그러한 사람
내게도 운명인 사람
지구의 전부를 돌아
이제 겨우 만난 사람..."
"평생... 후회하겠지. 네 손을 놓고 돌아선 것에 대해.. 아마.. 그럴 거야.
일생에... 사랑따위 내게는 없다는 자만심이 내린 벌일거야.
너무 쉽게 어떠한 얼굴에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 네 아픔.. 네 웃음..
같은 단조의 리듬.. 같은 성분의 눈물..
어쩌면 이 세상에 단 하나일 수 있는 동류를 놓아버린 것에 대해...
그래.. 칼 위에서 살 듯, 고통스러움으로 살 거야.
아마... 그럴 거야."
" 사랑에 예약을 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언제, 어디서 만나리라는...
그때까지, 우리는 그 누구도 사랑해선 안 되는... 그런 약속을 하고 태어난다면..."
"내 눈은 24시간 그리고 2억 4천 년 동안 너만을 보게 고정되었다.
그것이 네가 내게 내린 지상의 명령.
내 생각은 25시간... 의식이 없을 때까지... 너만을 그리게 고정되었다.
그것이 내가 지니고 가야할 외로움 의무."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프리즘인지도 몰라. 내가 너를 만나... 네가 나를 만나...
슬픔을 부채살처럼 퍼지게 하는... 서로의 슬픈 프리즘..."
"내일이란 게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 우리 내일 이야기는 하지 말자.
내일이 되면 또 그 다음날의 이야기 따위 안 하면 되지...
그렇게 오늘만 살고... 오늘 내가 그대를 사랑하면 그것으로 그뿐.
내일... 그대가 등을 돌릴 염려로 하여 찢어지는 가슴으로 서로를 안지는 말자...
어느 날... 방향이 바꾸어 내게로 부는 바람.. 손님처럼 잠시 앉았다 부산히 일어설지 모르지...
소중히 품으려 해도 홀연히 떠날 텐데... 흩날리며 흩날리며 뒤없이 갈 사람을.
사랑하였습니다. 사랑..."
이 작품에서 재미있는 것은 악인이 따로 없다는 것. 상황이, 자신이 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책임감이 서로를 향하게 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한유하"가 스스로 만든 덫에 그 자신이 "이예신"에게 향할 수 없도록 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한유하"의 약혼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놓아주지 못한다. 그것을 보고 나쁘다,고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정말 막장 드라마의 악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나중에는 결국 보내주니까.
사실 뭐 이렇게 답답한 사랑 이야기가 다 있어!라고 버럭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사랑이 원래 답답한 거야.라고 말한다면 고리타분한 것일까?
"이예신"에게는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하는 그녀를 바라보는, 그녀를 사랑하는 "순수"라는 친구가 있다. 삼각을 넘어, 사각, 오각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들이 얼키고설켜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마음이 아플까,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게 더 마음이 아플까?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총 5권의 완결로 출간되었다.그후 2004년에 애장판이 나왔는데, 지금은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다. e-book으로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만화 카페나 대여점에서 빌려 봐야 한다.
정말 명작인데 쉽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한승원 작품 중 소장하고 싶은데, 갖고 있지 못한 게 바로 이 "YOU"다. 너무 아쉽다.
다시 보고 싶다. 이 계절에 특히 더욱 떠오른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