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입사한 지 반년이 된, 풋풋한 사회 초년생인 신입사원 아오야마는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 꿈에 그리던 "직장인"이 되었으나 야근과 휴일 근무, 상사의 구박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다.
직장에 다니고부터는 쉬는 날에는 피곤한 몸에 잠이라는 약을 주기 위해 친구들 만날 생각도 못한다. 당연히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자신이 원하는 일도 업무과 과중하면 질릴 텐데, 아오야마에게 회사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주는 곳일 뿐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입사를 한 것도 아니고, 꿈이나 적성에 맞춰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회사원"이라는, 백수가 아니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던 것이다.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그것은 더욱 간절한 일이었다.
하루하루 지쳐가는 아오야마가 퇴근길에 큰 일을 겪을 뻔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다 정신을 잃어 선로에 떨어질 뻔한 순간, 누군가가 아오야마를 끌어당겨서 구해준 것. 누군가는 자신을 야마모토라고 밝히며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반가워한다. 아오야마는 자신을 구해주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 친구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같이 한잔한다. 실로 오랜만의 여유로움이다. 아오야마는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해서 야마모토에 대해 물어보나 동창 역시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그 만남 이후, 아오야마의 지친 삶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겨난다. 야마모토가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는 아오야마의 회사 생활 고충을 들어주고, 아오야마가 잘못하고 있는 태도 등을 조언해 준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의 격려와 조언을 통해 회사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익숙해져 가나 싶었는데, 야마모토가 진짜 동창이 맞는지 의심이 생기는 일이 생긴다.
단순히 "직장인", 아니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기 등의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미묘한 부분이 생겼다. 바로 야마모토의 존재. 분명 아오야마는 야마모토를 만나면서 쉬는 날 집에서 잠만 자는 생활에서 밖에 나가 야마모토를 만나는 등, 일에서나 생활에서 삶의 여유를 찾게 되며 긍정적으로 바뀐다. 그러나 야마모토가 동창이 아니었다. 야마모토에게 추궁하는 아오야마. 야마모토는 착각했다며 친구로 지내자고 하고, 아오야마 역시 찜찜했으나 야마모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둘은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더욱 쌓는다.
그러다 아오야마가 큰 실수를 해서 회사에 커다란 손실을 입히는 일이 생겼다. 아오야마는 회사에서 계속 압박을 당하고, 스스로를 저주하며 힘들어한다. 그런 아오야마에게 야마모토는 이직이 어떠냐고 권하고, 믿었던 회사 선배에게까지 배신을 당하자 아오야마는 더욱 괴로워하며 해선 안 될 일을 하려한다. 아오야마에게 구세주 같은 야마모토가 짜잔하고 찾아와서 아오야마 인생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오야마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자, 야마모토의 이직 등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엄마에게 퇴사에 대해 물어본다. 너무나 쿨하게 퇴사하면 어떠냐고,라고 말해주는 엄마의 말에 아오야마는 용기를 내고 드디어 퇴사 결정을 내린다.
부모님에게 퇴사에 대해 물어볼 때, 역시 사회초년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초년생이 아닌 나도 퇴사할 때 부모님을 생각하는데(물론 부모님의 의향을 묻는다기 보다는 나의 결정을 통고하는 방식이 되었지만), 이제 갓 들어간 신입사원이 퇴사를 결정할 때 부모님의 의견을 물어보는 모습이 어렸을 때의 나 같아서 왠지 뭉클했다. 순수함마저 느껴지고.
이렇게 끝나면 반전이 없겠지. 야마모토는 아오야마가 회사에 퇴사 "선전포고"를 하러 가기 전에 만나 다시 용기를 주고는 사라진다. 회사에 당당히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나온 야마모토는 그를 기다리나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마지막에 "회사 좀 관두고 온" 아오야마지만 정작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는 자취를 감춘 것.
그렇지만 첫 직장을 "용기 있게" 그만둔 아오야마의 선택은 살아가는 내내 커다란 힘이 되지 않았을까? 아오야마를 응원하며 지켜본 나도 마지막에 그의 선택에 속이 다 시원했다. 대리만족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 솔직히 거의 중반 이후부터는 아오야마의 성격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라고 답답해하면서 보았다. 자기의 실수라고 그냥 인정해버리고 그것의 원인도 찾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실수가 아니고 선배의 탓이었음에도 오히려 자신을 탓하는 아오야마에게 질려버린 것. 그래, 모두 나와 같지 않고 아오야마 같은 성격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보면서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오야마가 그만둔다는 선전포고를 할 때 속이 시원했던 것. 그 장면은 솔직히 너무 작위적이라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다.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아오야마를 통해 직설적으로 한 번에 다 쏟아낸 방법, 독자 입장에서는 별로였다.
자, 이제 아오야마의 삶은 어떻게 될까? 결국은 또다른 직장에 들어가 직장 생활은 다 그렇지,라는 현실을 느끼며 살아갈지, 좀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하며 일을 찾을지, 알 수 없다. 또한, 둘이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아닌지도.(모두 결말에 나온다. ㅋㅋ)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다. 224라는 페이지에 비해 내용은 적은 편이다. 본문이 위 아래 여백이 많도록 편집되어 있어, 기존의 소설책보다 페이지 당 글자수가 적다. 본문 폰트도 크고 읽기 편해, 맘 잡고 읽으면 후루루룩 금방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의 직장인이라는 인생은 한국과 똑같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 더 거부감 없이 훌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크게 남는 것은 없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은 제대로 생활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것은 있었다. 특히, 적성에 맞고 안 맞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 관계의 문제라면 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그럼에도 진상 상사는 늘 있기 마련이지만. ㅋㅋㅋ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며,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어볼 책은 사람에 따라 다른 기준이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나는 우선 책을 사서 읽기에 산 책을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_-; 그냥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다. 야마모토의 존재는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ㅎㅎ 힘들어하는 또래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헬퍼 같은 존재일까? 두둥! 결말에 나온다. 싱겁게. -_-; 뭐랄까, 이 책 많이 아쉽다. 끝부분이.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