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이 책이 읽고 싶었고, 그것을 안 지인이 선물로 사주었다. 책 선물이 가장 기분 좋다.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선물 받은 책의 표지는 위와 다르다. 판매가 많이 되었다고 하더니, 표지를 달리해서 다시 나온 듯하다. 솔직히 이 표지보다는 그 전 표지가 낫다. 나는...)
김영하 작가의 글을(소설을) 솔직히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것이나 바라보는 세상은 좋아하지만(특히 "알쓸신잡"을 통해 잘 드러난 것 같다. 조금이나마...), 그의 글은 좀 버겁다. 무겁다고 할까? 내가 어느 순간부터 가벼운 글만 찾아 읽어서 그럴까? 그의 글들은 다 읽고 나서도 "다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계속 이어지는 것 같고, 그 이어지는 내용이, 감정이 왠지 그리 반갑지 않다. 성향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꽉 닫힌 해피엔딩을 좋아하니까.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작가는 좋아하지만 그의 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순적인 감정을 바로 김영하 작가를 통해 느꼈는데, 이번에 작가가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 세계관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소설도 작가를 드러내긴 하지만 에세이와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특히 관심 많은 여행에 대한 에세이라니.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 읽으면 읽을수록 당황스러웠다. 나는 정말 "여행" 그 자체에 목적을 둔, 김영하 작가가 지금까지 다니면서 겪었던 여행의 에피소드나 여행지에 대한 느낌 등을 다룬 글인 줄 알았다. 아주 단순하게. 이 에세이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글 자체의 흡입력이 있기에 꽤 빠르게 읽어나갔다. (책이 얅은 편이긴 했지만, 나는 글을 상당히 천천히 읽는 편임에도) 에세이여서 그럴지 모르겠으나 글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다. 내용 자체는 쉽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아쉬웠다. 내가 생각한 내용이 아닌 것이 가장 컸다. 그리고 글쓰기 수업을 받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읽다보니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지?라고 흐름을 놓칠 때도 있었다. 여행에 대해 7개의 주제가 각각의 내용에 맞춰 나누어져 있는데, 다 읽고 나서는 김영하 작가에 대해서 보다 잘 알게 된 느낌은 들었지만, "여행의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읽다가 실망해서 그런 것을 놓쳤는지도 모르겠지만.
군인인 아버지 때문에 초등학교 때 거의 1년에 한 번 단위로 전학을 했고, 그래서 유년부터 오래 사귄 친구가 없다는 것. 그런 이유로 인해 한곳에 정착해서 살지 못한다는 것(그 이유가 100%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의 삶에서 한 곳에 오랜 시간 정착하여 살지 못하는 것을 그것을 원인으로 파악했다). 여행도 많이 다녔고,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 다닐 거라는 것 등등. 작가의 삶을, 그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 책은 무엇인가 애매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이 책을 선물해준 지인도 본인이 생각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재미는 있다고 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순수하게 여행에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다루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여행" 자체로만 생각하고 기대한 나에게 이 책은 분명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내가 스스로 잘못 생각하고 혼자 기대했다가 혼자 실망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행" 자체의 어떤 에피소드 등을 생각하고 본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