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이미지 발췌
몇 년 전부터 심플라이프니, 단순하게 살자느니, 하며 소유를 적게 하자는 유행(?)이 불더니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지는 것 같다. 그런 것에 공감하는 사람은 그렇게 살기 위해 정리하고 덜 사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일 테고,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은 또 평소 자기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일 테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자기에게 맞는, 공감하는 삶의 방식을 따라 그것에 행복을 느끼면 바로 그게 내 삶에 충만함을 느끼는 거 아닐까?
법정 스님의 에세이 '무소유'는 자그마치 1976년도에 처음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지금 삶의 방식의 한 스타일로 자리 잡은 '심플라이프'가 이미 '무소유'에 나와 있었다. 스님이 쓴 글이니 당연한 삶의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날의 심플라이프와 무엇인지 모르게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비슷한 생활 방식 같은데 말이다.
이 책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 한 편 한 편씩 읽으면 곧 차분해져서 좋았다. 35편의 짧은 글들이 있고, 책 자체도 얇아서 읽기도 편하다. 아쉬운 것은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법정 스님의 유언 때문이다. 말빚을 남기기 싫으니, 자신의 이름을 펴낸 책을 모두 절판하라는 것. (2010년 3월 11일 입적) 이 유언이 오히려 스님의 책들에 대한 열광적 관심으로 이어져, 당시 스님의 책들이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저 법정 스님이 워낙 유명하고, 그분의 글은 꼭 읽어야 한다는 말에 따라 '무소유'를 샀다. 한 권은 꼭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법정 스님이 직접 쓴 책은 이제 구할 수 없다. 다만, 스님의 삶이나 잠언 등을 다룬 책들만이 출간되어 있을 뿐이다. 법정 스님도 잘 모르고, 그 분의 글도 안 읽어본 상태에서 덜컥 사긴 했었지만, 그때 안 샀다면 아마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쇄한 책들이 다 팔린 후, 유언에 따라 다시 책을 찍지 않고 완전한 절판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무소유'라는 이름의 에세이, 이 한 권을 샀던 일에 매우 뿌듯하다. 비록 분위기에 휩쓸려 사긴 했어도, 그렇게 샀어도 좋을 책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마음이 어지러울 때 한 편 한 편씩 읽다보면 왠지 지금 내 마음의 어지러움이 다 부질 없는 것만 같다. 실상 변하는 것은 없더라도. 마음가짐이 조금은 편해진다.
그리고 '무소유'라는 글. 나는 이 글을 볼 때마다 감히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나와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나라는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화분을 소유하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 쓴 부분은 처음에 이해가 안 되었다. 거의 소유하지 않고, 선물받은 화분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소유하는 것에 따른 스님의 자아성찰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된다. 여전히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소유를 적게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뿐인 경우가 훨씬 많지만. 옷장을 정리하면서 또 입을 옷 없다고 사고 있는 나.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많은 게 책인데, 이것은 도저히 소유욕을 버릴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 책들만큼은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가끔 죽은 이후의 내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내 물건들은 어이할꼬, 이 정도 생각만 하고는 그 생각을 접는다. 욕심인 것을 알면서(책뿐만 아니라 내가 소유한 것들), 소유를 멈출 수가 없다.
여름이 가기 전에 옷장 정리를 할까 한다. 무소유는 도저히 실천할 수 없지만, 조금 덜 소유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것 같다. 사실 그래봤자 옷들만 좀 정리하다 말 게 뻔하지만. 이상한 소유욕으로 하나씩 모으는 텀블러나 컵 등은 도저히 처분할 수가 없다. 그 중 제일은 책이지만. 뭔 욕심이 그리 많은지... 그래도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한동안 가라앉는다.
이런 나는 정말 무소유, 아니 심플라이프 조차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따라하진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 흐뭇해하는... 내게 '무소유'란 책은 그렇다. 다가갈 수 없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삶. (그래서 어느 한 순간의 예고 없는 죽음이 아니길 바란다)
절판이라 읽어보지 못한 분들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중고로 살 수 있다), 만약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에세이이기에 '무소유'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35편의 이야기가 모두 각각 스님의 이야기이자 우리 이야기여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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