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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까마득한 영화다. 1994년에 개봉했던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내가 언제봤는지조차 기억에 희미한데(봤어,라는 것만 기억하는... -_-;)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새삼스런 세월 차이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였다. 우연히 EBS에서 일요일에 방송하는 영화를 그 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본 이유는. 오랜만이었다. TV, 그것도 EBS 방송을 보는 것은.
근래에는 거의 TV를 보지 않았고(TV에 방송하는 프로그램들을 안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방을 안 본다는 말이 정확할 듯하다. 특히 드라마 같은 경우는 방송이 끝나고 몰아서 보는 습관이 생겼고, 예능 같은 경우는 내가 보고 싶을 때 보는 경향이라-정해진 시간에 꼭 그것을 봐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그랬기에 늘 심심하면 돌려보던 EBS조차 안 본지 오래 되었었다.
그런데 정말 최근의 나 답지 않게(일요일 그 시간이면 TV 앞이 아닌, 내 방에서 다른 것을 하고 있을 게 뻔했을 테니까) 문득 "이 시간에 TV에선 뭘 했더라?"라는 생각을 하며 Tv를 켰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EBS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너무나 젊은, 너무나 사랑스러운(영화 내내 여자들에게 그런 말을 듣는데, 실제로 정말 그렇게 보였다. 그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더랬지. 그랬었지...) 휴 그랜트의 모습에 놀라서 멍하니 영화를 끝까지 보고 말았다. 특히 오랜만에 듣는 이 영화의 OST 때문에도 더욱 채널을 돌리지 못하기도 했다. 한때 이 OST를 엄청 들었었는데...(wet wet wet의 "Love is all around")
영화의 내용은 제목과 같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등장하며 그 장소에서 만난 사람과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찰스(휴 그랜트 분)는 32살의 미혼남으로 함께 어울리는 여동생과 남동생(듣지를 못해 보청기를 끼고 수화를 한다), 네 명의 친구(톰, 가레스, 피오나, 매튜)와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그것도 들러리가 지각 참석을 한다(매번 토요일마다 친구들과 지인들 결혼식에 참석하며, 매번 거의 지각하는...). 거기서 찰스는 결혹식 하객으로 온 미국인 캐리(앤디 맥도웰 분)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친구 집에서 놀기로 한 것도 취소하고(가다가 홀로 그녀가 있다는 술집으로 간다) 그녀를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다음 날 그녀는 미국으로 가고, 그들은 그렇게 아쉬움 속에 헤어진다.
삼개월이 지난 후, 찰스의 또 다른 친구(찰스가 캐리를 만났던 바로 그 결혼식에서 서로에게 빠져든 남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찰스는 그녀를 만나 너무나 반가워하지만, 그녀는 약혼자와 함께 참석한 상태다. (이 결혼식 정말 너무 웃겼다. 바로 그 영화 "미스터 빈"의 주인공이 까메오처럼 출연해서 주례를 서는 신부 역할을 했다. ㅋㅋㅋㅋ)
그런데 그날 밤, 약혼자를 보낸 캐리는 찰스와 다시 하룻밤을 보낸다. 캐리가 약혼자와 나타나고, 약혼자와 떠나는 걸 보는 찰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소심하고 의외로 부끄럼이 많고, 용기가 없는 찰스. 떠난 줄 알았던 캐리와 다시 하룻밤을 보냈으나 결국 다음 날 그녀 곁을 떠난다. 처음엔 캐리, 이번엔 찰스라니. -_-
또 몇 개월이 지나고 캐리의 청첩장이 찰스에게 와 있다(이때는 우편물이 많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지금은 거리의 빨간 우체통이 거의 사라졌고,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데 말이다. 동네에 있는 빨간 우체통에 언제 철거한다고 붙여져 있는 글을 보고 왠지 서글퍼졌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캐리에게(아직 결혼 전이었다) 고백이라기엔 뭣하고, 또 아니라고도 뭣한, 너무나 찰스다운 소심한 고백을 한 찰스. 이 부분 바로 저너에 캐리가 지금까지 함께 잤던 남자들에 대해 말하는데, 점점 그 숫자가 높아질수록 놀라움을 표현하는 찰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휴 그랜트, 연기 잘했었어~! 새삼 느꼈어!). 자신은 약혼자 바로 전 남자였다는 말에 더 놀라고. 그때 기분이 묘했을 것 같다. 좀 더 용기있게 처음 만남 때 잡았더라면(그렇게 헤어지고 연락이라도 했더라면) 33번째는 없었을지도,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뭐 그래서 캐리와 헤어지기 전에 소심한 고백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날씨가 무척 안 좋은 날(배경이 스코틀랜드여서 그렇게 표현했을까? 아니면 찰스의 마음이 안 좋아서?) 캐리의 결혼이 진행되고(신기하게 교회가 아닌 집에서 했다), 찰스는 이 세 번째의 결혼식(영화 첫부분에서 볼 때)에도 지각을 한다. 계속 표정이 좋지 못한 찰스. 그러다 지금까지 쭉 친구였고, 친구일 거라 생각하는 피오나(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이름은 낯설지만 영드나 미드를 많이 보았다면 익숙한 얼굴이다)의 고백을 듣는다. (그렇지만 이 둘의 관계는 이후에도 계속 친구다. 이렇게 쿨할 수가!! 분량이 많지 않은 피오나에게 감정이입을 한...)
그런데 이 결혼식장에서 그들의 친구이자 매튜(존 한나 분-이분도 미드나 영드 많이 봤다면 아아! 할 분! ㅋㅋ)의 연인(동성애여서 결혼을 안 하고 있던 모양. 영화에서 그런 부분은 자세히 나오지도 않고, 가레스는 이들에게 좋은 연인을 만나라고 말한다. 매번 이들이 모이는 장소가 결혼식이다 보니... ㅋㅋㅋ) 가레스가 갑작스럽게 죽고 만다.
한 번의 장례식이 바로 이 가레스의 장례식이었던 듯. 장례식 때 한나가 조사를 하는데, 그 시가 너무 좋았다. 기억나지 않지만... -_-;; 이 장례식에 캐리도 참석하지만 캐리와 찰스는 간단한 인사만 나눈다.
장례식이 끝난 후 톰과 찰스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찰스는 진실한 사랑을 만날 수 있겠냐며, 그렇기에 결혼을 힘들 것이란 말을 하고 톰은 결혼이란 그저 한 사람을 만나 애 낳고 사는 게 행복이라고 말한다(아마 이런 의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실한 사랑을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 결혼 자체에 의미를 둔 말이었던 듯).
그리고 십 개월 후, 또 다른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헉! 바로 찰스의 결혼식이다. 톰의 말에 결국은 톰이 아닌 그 자신이 진실한 사랑 대신 안전하게 결혼이라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남자에게도 결혼이라는 자체가 중요했던 건가? 상대가 전 여자친구였던(결혼식 때마다 나왔는데, 좀 비호감이었다) 사람과의 결혼이었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그런데 결혼식 하객으로 캐리가 온다. 놀란 찰스. 근황을 묻는 찰스에게 캐리는 이혼했다고 말한다. 역시 나이 차가 큰 사람과는 결혼하면 안 되었던 거라며, 벌써 몇 달 전에 이혼했다고. 왜 연락하지 않았냐는 찰스에게 캐리는 하면 안 될 것 같았다며, 결혼 축하한다고 한다. 그저 "네"라는 대답만 잘 하면 결혼이 끝난다고 조언(?)해준다.
버뜨! 캐리와 만난 이후, 갈등을 겪는 찰스. 결혼식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마음의 결정을 못 내리고 결혼식이 진행된다. 남동생 데이비드가 그런 찰스의 마음을 알고(캐리의 결혼식 전에 찰스가 캐리와 우연히 만났을 때 남동생과 캐리도 만나 인사를 했었다) 혼인서약 전에(이 결혼에 반대가 있는 사람 손을 들라고 하나? 암튼 그 얘기를 신부가 한 후에) 찰스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결혼할 것이냐"고. 수화로 하는 말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듣지만 그걸 본 찰스는 대답을 망설이고, 신부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결국 찰스는 남동생의 말을 얘기해주고, 신부가 사실이냐고 묻고 한참 망설이던 찰스가 "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대답하자, 곧바로 신부(결혼하려던 여자)의 강펀치를 맞고 쓰러진다. ㅋㅋㅋ 아, 웃으면 안 되는데(사실 여자 입장에서는 망신이기도 하고, 수치이며 큰 모욕인데. 그 여자가 워낙 비호감이라서;;)...
결혼식 전에는 그렇게 날씨가 좋더니 그렇게 결혼식이 엉망이 난 후로 비가 쏟아지는 그날 오후. 찰스와 친구들, 동생들이 있는 집에 캐리가 찾아온다. 자기가 결혼식을 망친 것 같다고, 괜히 결혼식에 갔었던 것 같다며, 혹시나 안 좋은 생각할까봐 보러 왔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는 캐리에게 찰스가 묻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러나 나는 결혼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다며 나와 결혼 안 하고도 평생 살 수 있냐고.
둘 다 비 맞으면서 얘기하는데, 그 장면이 꽤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렇게 예쁜 장면이 아니었음에도. 캐리의 대답은 당연히 "yes"이고 둘은 키스하며 영화는 끝난다. 그후 찰스와 결혼할 뻔한 전 여자친구는 새로운 남자와 결혼하고, 남동생과 여동생 모두 짝을 만나 결혼하고, 톰과 매튜 역시 새로운 상대를 만나 결혼한 장면들이 나온다. 피오나만 찰스 왕세자 옆에 같이 있는 장면이 나왔는데(합성이겠지만) 그게 무슨 의민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찰스와 캐리, 그들의 아이가 웃고 있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났다.
휴 그랜트, 정~~~말 풋풋하지 않음??
영화를 보면 더 함. -_-;;
결국 진실한 사랑을 선택한 찰스는 그러나 결혼은 하지 않았다. 정말 끝까지, 아이를 낳았는데도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다. 당시 시대를 생각하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거부한 것 같지는 않고 결혼식을 하지 않아도 괜찮겠냐고 물어본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음, 당시는, 아니 영국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을 해도 되는지(외국은 우리처럼 도장만 찍으면 되는 게 아니라 시청에서라도 서약을 하지 않나?) 그것을 잘 몰라서 저 질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꽤 파격적인 질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찰스가 우유부단하게 진실한 사랑이라 생각한 캐리를 계속 놓치고(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더욱 그랬겠지만) 자신의 결혼식 때 그 상대를 선택한 부분은 영화적인 재미로는 좋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현실이 아니라 다행인 건가?) 형편 없었다. 다만, 그게 휴 그랜트의 연기였기 때문에 그의 미소와 외모가 욕 먹는 캐릭터로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ㅋㅋㅋㅋ
솔직히 찰스의 감정 변화라든가(모든 시점이 찰스를 중심으로 가다 보니, 캐리의 심정은 잘 드러나지 않아 욕 먹는 캐릭터일 수도 있을 듯!) 그런 부분이 모두 없어서(감독의 의도였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찰스가 캐리에게 느낀 마음이 결혼식을 파토낼 정도로 깊다면, 찰스가 캐릭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분이 단 한 장면이라도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저 사랑이란 것은 없으니 아무나 만나 결혼이라는 것을 하는 것 같은 찰스의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고,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이 영화의 전체적인 짜임새는 아쉬웠다. -_-;
25년 전의 그들...
영국 BBC에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개봉 25주년을 맞아 기념으로 단편 분량(12~15분 정도)의 속편을 15일에 공개했다. 영화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하며, 주 내용은 찰스와 캐리의 딸의 결혼식 이야기다. 이 영화의 속편 제목은 "One Red Nose Day and a Wedding"
이 특별한 속편은 기부 명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 있다. 한글은 아니다 -_ㅠ 나 같이 영어를 모르면 그냥 영상만 보면 될 듯. 음~ 뭐 암튼 딸의 결혼식 이야기다. -_- 축가 부르는 사람이 샘 스미스, 주례 신부는 그, 미스터 빈! 게다가 찰스가 결혼할 뻔한 여자도 나옴. ㅋㅋㅋ 안타깝게 찰스의 여동생은 안 나와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때까지 캐리와 찰스는 헤어지지 않고 잘 살았나 보다. 그래, 그거면 됐지, 뭐. -_-;; 난 딸의 결혼식이 궁금한 게 아니었어! 그래, 그거면 됐어. 휴 그랜트의 나이 든 모습, 정말 슬프구나~~ 캐리 역의 앤디 맥도웰은 실제로 휴 그랜트보다 나이가 많은데도-두 살- 더 젊어보이니~
러브 액츄얼리도 이와 비슷하게 속편이 만들어졌었다(Red Nose Day Actually). 뭐 그렇다고. -_-;
제목
프리스타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