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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는 글 입니다.
이미례 (役.고아성)
참으면 병난다
'미생'에 이런 말이 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그 길을 모두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 대기업 정직원이라는 타이틀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그러나 그 타이틀을 누구나가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례씨는 모 식품회사에서 5개월 째 성실하게 근속 중인 인턴사원이다. 지방 출신이지만 일만큼은 서울에서 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중학교 때부터 사투리를 쓰지 않았을 정도로 집념이 강하고 끈기 있는 인물.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정직원. 하라는 것은 했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안 했다. 안 되면 남 탓, 잘 되면 내 덕인 (짜증나는)상사들 밑에서 비위 맞추어 가며 묵묵히 일했다. 나름대로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미례씨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회사 또한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살아가는 공간인지라 너무 일만 열심히 하면 처음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사람이 재미가 없다고 혹은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금방 폄하되기 십상인 것을...
미례씨, 적당히 해요. 적당히.
김과장이 뿔났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을 텐데 그 날은 무언가 달랐다. 퇴근 후 회사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은 커피 잔을 바라보는 그는 슬퍼도 보였고 화난 것처럼도 보였다.
이내 집으로 돌아간 그는 여전히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말도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았다. 나이든 모친, 집안일에 지쳐 보이는 아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들. 부양해야할 가족은 셋,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은 하나. 김과장에게 가족은 일에 지친 당신을 위로하는 존재인 동시에 양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한 기운. 순한 사람, 마냥 착하던 사람이 살인마로 변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일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그는 다시 자신이 일하는 회사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도 회사는 돌아간다
일가족을 살해한 김과장의 이야기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회사 내에서만. 식품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경찰들이 찾아왔지만 윗선에서는 직원들 입단속 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딱히 애사심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타격을 입으면 그것이 자신에게도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알기에 직원들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은 벌어야 하니까. 회사가 살아야 내 자리가 있을 테니까. 일가족을 살해한 것이 문제가 되는 거지 김과장 한 명 없다고 해서 회사가 안돌아 가는 것은 아니니까. 어수선한 팀 분위기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긴 하지만 경찰이 회사에 상주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김과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이니까. 그래, 내가 없다고 안 돌아갈 회사가 아니니까.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일명 현실 밀착 스릴러 영화 <오피스>는 사무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을 어디까지 내몰 수 있는지 사람이 어디까지 내몰릴 수 있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어딘지 모르게 듬성듬성 구멍 난 느낌의 스토리와 다소 약했던 형사, 종훈으로 분한 박성웅의 존재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스릴러 장르에는 비교적 충실하여 심장 마사지 제대로 받았다.
'미생'의 호러버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매일 매일이 전쟁터'와 같다는 사무실이 현실 사냥터로 변하였으니. 이래서 사람 함부로 무시하고 외면하면 안 되는 것이다. 옛말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라는 뜻을 가진 속담이지만 가는 말을 곱지 않게 하면 그대로 돌려받는 다는 의미 또한 있다. <오피스>는 후자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 가는 말 곱지 않게 했다가 돌아온 것이 곱지 않은 '말'이 아닌 '칼'이었다라는 정도의 차이.
친절한 김병국씨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비주얼을 <오피스>에서 보았다. 아무런 분장도 안 한, 그냥 누가 보아도 회사원 같은 모습이었는데 분위기와 표정만으로 이렇게 까지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우리의 김과장님이 보여주었다.
<퇴마: 무녀굴> 후기에 썼듯, 올해 공포/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유독 흉작이라 사실 그리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는데 <오피스>는 꽤나 무서웠다. 김병국 과장으로 분한 배성우와 인턴사원 이미례로 분한 고아성의 콜라보레이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서스펜스까지... 암시를 하도 많이 해서 중반 쯤 부터는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던지라 다소 지루하다 싶은 때가 종종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김과장님이 어디에선가 나타나 긴장감 바짝 불어넣어 주시니, 방심할 수가 없었다. 방심하는 순간 훅 치고 들어온다.
+ <더 커널>과 <미생>이 만났을 때
++ 미례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
+++ 'see-saw'가 부릅니다. 君は僕に似ている(너는 나를 닮았어)]
- feat. 김병국 과장
"형사님 말이 맞아요. 저 과장님 잘 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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