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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 야애니는 외설인가, 예술인가
등록날짜 [ 2016년01월03일 20시25분 ]

일본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지만, '동급생', '쿨 디바이스', '카이트', '크림레몬', '라 블루 걸', '우로츠키 동자' 같은 작품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이 작품들은 내용에 성애 장면이 들어가 있기에 야한 애니메이션, 줄여서 야애니라고도 불리우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방영되는 광고, 드라마, 영화 등 현대의 거의 모든 미디어컨텐츠는 성적인 암시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에로틱한 애니메이션들은 사드 후작의 '소돔의 120일'처럼 성적인 암시를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섹스, 공포, 미소년, 미소녀, 동성애, 가족문제 등 에로틱 애니메이션이 주로 다루는 주제들은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경계를 정면으로 넘나들고 있습니다. 미셸 푸코에 따르면 계몽은 경계에서 만들어지는데, 그의 지적대로라면 야애니는 계몽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게 자극적인 애니메이션들이 일본에서 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사회문화가 성적으로 관대하고 자유롭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습니다.

일본의 에로틱한 작품들의 시작은 법적, 관습적인 긴장 아래에서 시작됩니다. 일본의 검열제도는 산업화의 시대에 새롭게 들어선 일본이 동시대 서구 국가들의 구식 규범을 모방하려던 시기에 시작되는데, 서구 사람들에게 야만적인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던 일본은 마치 1988년 한국에서 서구 사람들이 볼 수도 있다는 이유로 달동네를 철거하고 개고기집들을 규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전통적인 성문화를 규제합니다. 1918년의 외설법 등의 법률은 성인들에게 성인의 성애장면을 보지 못하게 했는데, 미국의 금주법같은 다른 사회의 금기법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외설법에 의한 제한이 악용되어 성에 대한 예술적 표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성인들이 사회적으로 정상적이라고 인정받는 성인과 성인의 이성애적 성애를 보지 못하게 되자, 일본의 에로티카는 외설적으로 여겨지지 않는 신체 부위나 성기를 노출할 필요가 없는 행동에 집중함으로써 법적인 외설을 피해 갔습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에로한 2D나 에로한 3D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법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새로운 에로티카는 시민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습니다.

법적 검열은 다양한 변질을 낳았는데, 여자와 성관계를 갖는 남자의 이미지는 검열을 통과하기 힘들었지만 의사놀이를 하는 두 어린이들은 개념상 순수하기 때문에 성적인 행위로 간주되지 않아 롤리타 콤플렉스의 출현에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향은 오늘날 로리물이라 불리우는 장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촉수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영상문법은 제작자들에게 아주 유용했다. 길이의 제약 없이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삽입 장면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촉수는 속박의 형태로서, 다중 삽입, 성적인 결박, 용이한 카메라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촉수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남성의 성기처럼 보이지만 진짜 성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자들은 검열에 걸리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하면서 보여주고 싶은 만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 p.127
이런 환경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아동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낳게 하는데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우로츠키 동자' 등의 야애니는 이런 성인들의 수요에 힘입어 탄생했고, 성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표현과 영상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모든 사회적 금기와 도덕적 한계에 도전하는 야애니들은 일반적인 만화, 애니메이션까지 영향을 미쳐 시민들로 하여금 더 나은 표현의 자유를 외치게 했습니다. 나가이 고의 '파렴치 학원'은 혁신적이고, 불경스러웠으며, 상당한 스캔들을 불러왔는데, 일본의 학부모교사협의회에서는 이 책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도발적인 옷을 입고, 근엄하고 권위적인 교사들을 멍청하고 잘난 체하는 호색가 아니면 부조리한 인물들로 표현함으로써 사회의 터부를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문화가 다른 문화와 만났을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당시 서구의 경우 만화, 애니메이션은 아동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작품들이었고, 성인은 성인들만의 성애를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문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동용이라고 생각하며 들여온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키라'와 '우로츠키 동자'였습니다.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천장 정도의 판매량을 올릴때 이 두 작품들은 6만장, 7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기 때문에, 헌신적인 팬이 아닌 대중들은 이 두 작품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고, 이 두 작품을 기준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게 됩니다. 마치 한국영화는 오직 '클레멘타인'만 본 외국인이 저 영화를 기준으로 한국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서구에서 현대적인 아니메 사업이 시작되는 데 가장 많이 기여했던 두 작품은 외국 관객들에게 그릇된 기대를 불러일으키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에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21세기 데카르트적 향유 주체의 세계에는 더 이상 포르노그래피는 없다. 외설도 없다. 모든 것은 취향과 선호, 즐김, 향유일 뿐이다. 포르노 단계를 넘어선 판타지의 세계, 그것이 데카르트적 향유 주체에 대응하는 세계이다. -《포르노 이슈》p.86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보수적인 정치인들과 각종 매체, 시민단체들이 이런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거론하며 에로틱한 애니메이션의 하위 장르뿐만 아니라 모든 애니메이션을 비난하고 있으며, 청소년 보호를 빌미로 성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베르 네츠의 지적처럼, 억압적 검열은 아무 관계도 없는 청소년 보호를 내세워 가해질 때 더욱 눈에 잘 보이는 법입니다.

저자는 보수적인 정치인들과 각종 매체, 시민단체들이 일본의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자신들의 아이들과 문화를 파괴할 것이라고 외치며 성인의 사적인 오락이나 사상에 검열을 외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보수적인 검열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성인용 애니메이션들이 다시금 검열의 벽을 만나게 된 것은 희극입니다. 저자의 말은 아청법 등으로 성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도 통용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에로스에 대한 이런 정치가들의 반응은 최악의 쇼비니즘이며, 누가 시민들이 보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느냐고 말합니다.


글 제공 : 착선의 독서실 (http://newidea.egloos.com/2058392)

* 본문의 내용은 애니포스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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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국현(blog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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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가 저렇게... 저렇게 변했다고???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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