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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쇼트'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등록날짜 [ 2016년03월09일 11시35분 ]
 작성자 : 애니포스트 유국현(blogsun@hanmail.net)

최근 모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극장가의 75%를 장악했다는 영화를 보면서, 반자본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자본주의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명작 영화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웠던 '천만영화'의 가치가 퇴색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순수하게 영화 그 자체를 보고자 하는 사람만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나 끔찍한 혼종같은 영화만 만들지 않는다면 스크린 독점은 충분히 천만 관객을 모을 수 있어 보입니다.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무슨 영화를 보는지 신경쓰지 않는다면, 현재 개봉중인 영화중에선 단연 이 영화 '빅 쇼트'를 추천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일. '빅쇼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이야기합니다. 다큐멘터리성 요소가 있기 때문에, 마이클 루이스의 원작 '빅 숏'을 읽거나, 라구람 라잔의 '폴트라인', 또는 글항아리에서 나온 '여파' 같은 책을 읽으면 영화를 볼 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답게 적절한 유머와 은유로 사전지식이 없는 관객도 즐길 수 있게 해 줍니다.

유능하고 매력적인 멤버들이 모여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대박을 터뜨린다는 이야기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차이점이라면, 그런 오락영화는 게임입니다. 주인공들의 파티는 승리하고 전리품을 챙기며, 패배하고 빼앗기는 악역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빅 쇼트'가 보여주는 것은 게임이 아닌 파티입니다. 파티는 패자가 없습니다.

오직 즐기는 사람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빅 쇼트'는 말합니다. 2008년 세계를 흔들었던 것은 금융 위기가 아닌, 금융 파티입니다.

미국 주택 시장이라는 거대한 파티장에서 모든 금융인들은 영화 표현대로 '스트립'을 즐겼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무차별적 대출을 퍼부어줍니다. 테이블 위에서 야한 옷차림으로 봉춤을 추는 스트립걸은 주택을 5채나 가지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마구 판매합니다. 민간 신용평가회사는 90%가 넘는 금융상품에 AAA최고등급을 부여해줍니다. 대형 은행을 감독할 공무원은 금융권이 주최한 파티에 참가해 은행권 인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은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금융인들과 달리, 모기지론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인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로버트 쉴러 등의 경제학자나 니얼 퍼거슨같은 역사학자들은 꾸준히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학자들과 달리, 영화의 주인공들은 파티의 한가운데에 있는 금융인이었습니다. 동시에 아웃사이더였습니다. 대형은행에서 근무했지만 은행의 방식에 회의감을 느끼고 은퇴한 사람, 사람 대하기가 어려워 순수하게 숫자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 언제나 다른사람과 다르게 투자하는 사람.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웃음을 당하는 사람들이었고, 회의주의자였습니다.
 
정부, 은행, 기업은 경제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며,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빈부격차는 심각해져 있었고,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집값을 내지 못해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아웃사이더들은 그것을 직접 목격합니다. 그랬기에 모기지론이 시한폭탄임을, 경제가 붕괴할 것임을 예측했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파티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옳았습니다.

모기지론이 붕괴하기 시작해도 AAA 신용평가는 내려가지 않는것을 보며 아웃사이더들은 거칠게 항의합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이상 자본주의는 붕괴할 것이라고, 금융권 놈들은 전부 사기꾼이라고 말합니다. 위기가 시작됬음에도 불구하고 고급 SUV, 리무진을 타는 금융인들과 택시를 타는 아웃사이더들의 장면은, 금융위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라구람 라잔의 말처럼, 그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을 뿐입니다. 금융인들은 엄청난 액수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고, 그들의 실책을 다른 사람들, 국민들에게 떠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저 할 수 있었고, 했습니다. 누구도 미국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를 몰락시키겠다는 악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누구도 악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악이었습니다.

가장 파격적인 보수를 제시한 금융 기관의 경우 2001~2008년 기간 동안 주식 수익률이 가장 낮았고, 반대로 그 변동 폭은 가장 컸다. 또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에 가장 많이 관여했으며, 레버리지가 가장 높았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결국 파격적인 보수 체계가 공격적인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만들었고, 그것이 비극적인 결과를 유발했다는 것이다.-《폴트라인》p.292
부동산의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고, 주택시장은 붕괴했습니다. 아웃사이더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웃지 못했습니다. 실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4만 명이 자살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고, 엄청난 사람들이 집을 잃고, 실업자가 된다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월가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무언가를 죽인다는 행위와 같다는 독백은 "부자되세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대형은행, 신용평가사, 정부, 월가의 수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겼지만, 그중 형사처분된 사람은 단 한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훗날 그들은 중국계의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은행에 세계를 뒤흔든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고자 했습니다. 금융 파티가 남긴 상처는 국민이 책임져야 했습니다.

월가는 망하기엔 너무 큰 존재였고, 정부는 구제안을 통해 엄청난 세금을 퍼부어야 했습니다. 존재하기에도 너무 커버린 은행은 2008년의 교훈따윈 없었다는 듯이, 2015년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2008년의 사태를 일으킨 것과 이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상품이었습니다. 파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글 제공 : 착선의 독서실(http://newidea.egloos.com/2060303)


* 본문의 내용은 애니포스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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